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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의대 지원자들은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자신에게 봉사정신, 투철한 사명감이 없다면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
김경문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워라밸 아닌 직업적 사명감 필요
전공의들의 단체행동이 석 달째 이어지고 있다. 의료현장을 떠난 1만여명의 전공의들의 복귀 시점은 요원한 상태다. 수련병원들은 이미 적자로 돌아섰고 이대로 가다가 도산하는 병원이 나올 거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이젠 병원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수련하지 않고도 의사는 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전공의 대표는 교수들을 향해 ‘(교수들이) 착취의 사슬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해왔다’고 저격하기도 했다. 이후 “교수나 병원을 비난하려는 의도는 아니다”고 해명했으나 사직 전공의들이 수련 병원에 돌아오지 않고 개원을 염두에 둔 행동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필수의료를 전공하고 있더라도 언젠가 개원하겠다는 생각이 컸던 이들에겐 수련병원 복귀가 매력적이지 않아서다. 환자와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것보다 개인의 ‘워라밸’을 중시하는 시대로 빠르게 전환한 영향도 크다.
김경문 대한뇌줄중학회 이사장. (사진=대한뇌줄중학회)
김 이사장은 “우리 땐 의사라는 직업을 사명감으로 했다”며 “신경외과나 중증환자를 돌보는 과의 인기가 높았지만 어느 순간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는 환자를 위하고 봉사하는 정신이 있어야 한다”며 “(의사를 하면서)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사들을 진짜 필요로 하는 건 중증환자들이라고 했다. 뇌혈관이 갑자기 혈전 등으로 막혀 뇌세포가 죽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연간 60만명이나 된다. 이사장이 근무하는 병원에만 이 증상으로 하루 2~3명이나 입원 치료를 받을 정도다. 이 분야만 3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환자를 돌보다 밤을 꼬박 새우는 날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불만을 제기하는 이 분야 교수들은 거의 없다. 의사가 환자 곁을 지키는 건 당연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뇌졸중 진문의들은 이 사태에도 흔들림 없이 응급 진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1명의 전문의를 양성하는데 오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므로 일방적인 개혁보다는 점진적인 보완과 수정이라는 보수적인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의사 수를 늘인다고 해결될 문제는 전혀 아니다. 중증 진료 인력의 양성과 보상체계 수립, 근본적으로는 인구와 병원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하고 출산율 향상 및 지방경제 활성화에 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초고령화 코앞…젊은 의사 유인 묘수 필요
뇌졸중은 빨리 치료할수록 뇌 손상을 줄일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하지만 허혈뇌졸중환자의 26.2%(2022년 기준)만 골든타임인 3.5시간 이내 의료기관에 방문했을 뿐이다. 시간을 놓쳐 장애를 얻는 경우도 허다하다. 더 많은 이들이 시간 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는 지난 2월부터 중증 및 응급 심뇌혈관질환에 대한 진료협력 네트워크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각 병원에 흩어져 있는 심혈관 중재의와 응급의학과·신경과·신경외과·흉부심장혈관외과 전문의를 묶어 활용함으로써 24시간 365일 응급 심뇌혈관질환 당직 체계를 구축하는 게 골자다. 전문의 소속에 관계없이 신속한 의사결정과 이송을 통해 심뇌혈관질환 대응 소요시간을 단축하고 골든타임 내 최종 치료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이 사업을 함께 추진 중인 김 이사장은 “우리 학회엔 구급차 ‘뺑뺑이’가 없다”며 “이번 (전공의) 사태에도 그런 환자 없었다”고 자신했다. 지역마다 응급센터를 갖추고 있는데, 인적 네트워크도 확실하게 구축해 A병원에서 잘못하면 B병원으로 빨리 옮길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119 구급대원들에 대한 교육, 훈련과 소통이 원활하도록 비상 전화도 구축했다. 언제든지 연락해서 일반병실이나 중환자실이 있는지를 병원 도착 전에 확인할 수 있다. 김 이사장은 “이런 시스템이 정상 가동되도록 학회 차원에서 심사 인증도 꼼꼼하게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한민국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인 초고령화 진입이 7개월도 남지 않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뇌졸중 환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령자일수록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뇌졸중 발생 환자 수는 연간 60만명으로 추정된다. 대한민국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2050년 뇌졸중 치료 연간 환자수는 약 40만명이나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담당할 젊은 의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전국 수련 병원 74곳에 신경과 전공의는 86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준 전국 84개 뇌졸중센터에 근무하는 신경과 전임의는 14명으로, 2018년(29명) 대비 반 토막 났다. 중증 응급질환 치료를 담당하는 권역심뇌혈관센터 14곳 가운데 뇌졸중 전임의가 근무 중인 센터는 분당서울대병원 한 곳뿐이다.
김 이사장은 “이같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뇌졸중 의료인력 확충과 보상 강화, 신속한 치료를 위한 응급 의료 전달체계 및 지역 의료 강화가 필요하다”며 “병원 수가를 올리는 건 소용이 없다. 직접적 보상이 늘어야 한다. 당직을 서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선순환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한 뇌를 유지하기 위한 대국민 노력도 필요하다고 봤다. 초고령 사회에서 노인들의 독립적인 생활 유지와 올바른 판단, 유연한 사고를 위한 노력만 해도 건강한 뇌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뇌졸중 위험인자에 대한 홍보와 치료를 강화하고 생활 습관과 식이 개선에 대한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다”며 “아울러 만성 허혈성 뇌질환을 유발하는 유전성 질환에 대한 연구와 지원도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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