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3일 아내의 뇌 중앙부위의 동맥이 파열되었다. 다행히 3시간만에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열흘 후에는 일반 병실로 옮겼으나 그날 밤에 박테리아에 감염되어 중환자실로 되돌아 가야 했다. 그리고 처음보다 더 심각한 2차 출혈이 발생했고 며칠 후 피가 응고되지 않아서 다시 수술을 할 수 있었으며 조금씩 회복해가기 시작했고 의식도 회복되어 갔으나 이번에는 뇌 실에 물이 차기 시작했고 아내는 다시 의식을 잃어 갔다. 아내의 상태로는 션트 수술이 너무 위험하고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이었으나 간절한 가족의 청으로 의사 선생님은 최선을 다해 수술을 했고 결과는 예상보다 좋아서 차츰 회복되어 재활운동을 시작했고 부축해서 걸을 수 있는 단계까지 되었으나 다시 뇌 안의 션트가 막혀서 또 다시 수술을 해야 했다. 기도확보를 위해 목에 관을 심어 수시로 석션을 해야 했던 기간도, 콧줄로 영양을 공급한 것도 1년 이상, 그나마 염증으로 뱃줄을 심어 위로 바로 먹인 것도 반년이 넘었다. 그러면서도 회복은 진행되었고 이렇게 회복되어 가다가 다시 션트가 막혀서 또 수술하고 또 다시 회복되다가 또 수술을 하고 이런 과정을 얼마나 겪었는지…. !
2013년 7월13일 쓰러진 후 2014년 11월 3일까지 16개월 동안 총 9번의 수술을 받았다.그러나, 그 후에는 다시 관이 막히지 않았으며 회복은 계속 진행되었고 2015년 1월에는 18개월의 종합병원 생활을 벗어나 재활 병원에 입원해서 회복에만 주력했다. 2015년 4월부터 말도 하기 시작했고 꼬집어도 모를 정도의 왼쪽 마비도 없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아내는 2016년 1월까지 장애 1등급을 받고 있었다. 2016년 2월에는 부축해서 걷는 운동을 시작했고 2016년 7월부터는 내가 부축해서 2주에 한번씩 성당에 미사에도 다닐 수 있었고 말하는 것도 예전 같고 어눌한 것이 전혀 없다. 2016년 11월 15일에는 22개월간 입원해 있던 재활 병원에서 퇴원하고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도 회복은 계속 진행되면서 아내도 너무 좋아했고 집에서 자전거도 타고 러닝머신에서 천천히 걷는 운동하고 가사일도 조금씩 하면서 일상 생활로 접어들고 있다. 의사 선생님이 아내의 뇌 손상으로 시야가 좁아지고, 걷는 것이 어렵고, 소 대변을 가리지 못하고 단기 기억능력이 없어지는 등 특히 상기한 4가지 기능에는 항상 장애가 있을 것이며 평생을 어느 기관에서 생활해야 할 것이라 했다. 그러나 집에 온 후 한 달 만에 소 대변은 100% 가리고 기저귀도 전혀 쓰지 않는다. 걷는 것도 계속 좋아지고 있으며 보행이 많이 유연해졌고 가끔 러닝머신에서 아주 저속이긴 하나 뛰는 동작도 연습하곤 한다. 시야가 좁아 진 것은 아직도 좀 남아 있으나 본인이 시야가 좋아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하며 안경 없이 책도 읽는다. 단기기억은 아직 어려운 부분이나 그래도 조금씩 좋아 지는 것을 느낀다. 원래 미술 대학 출신으로 디자인 전공인데 2016년 4월에만해도 본인의 이름 조차 쓰기 어려웠으나 2016년 7월부터 그림도 그리고 쓰러지기 이전의 필체가 거의 돌아 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리라 본인도 나도 굳게 믿고 노력에 노력을 더해 가고 있다.
의학의 발전은 대단하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들을 믿고 긴밀하게 상의해서 어떤 상황에도 환자에게 가장 좋은 방법으로 최선을 다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자는 겉으로 보기에 의식이 없어도 실제로는 의식이 있고 얘기하고 사랑해주면 다 알고 있다고 믿었고 아내에게 항상 사랑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아내가 쓰러지고 지금까지 나는 아내의 곁을 항상 지켜왔고 하루에도 두 세 차례 아내를 찾아갔고 항상 아내에게 (아내가 의식이 없을 때도) 말을 했고 사랑을 전했다. 애들 소식도 다 전했고 아내의 가족, 친지, 친구들에게도 주기적으로 아내 소식을 전해 드렸고 또 그들의 답신과 근황을 아내에게 전했고 언제나 (임종이 임박했다고 장례를 준비하라고 했을 때도) 아내에게 같이 행복하게 살 것이라는 희망과 확신을 주었다. 내가 아내와 항상 같이 있고 다정하게 얘기하는 것을 보면서 같은 방의 환자들이 부러워하였고 사실 그분들은 아내보다 덜 손상된 분들인데 보호자의 사랑만 더해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에 마음 아팠다. 아내 역시 병원에서 누워만 있을 때 가장 바랬던 것은 사람들과의 소통이며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었다고 했다. 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아내를 최선을 다 해서 사랑하고 싶었고 또 그렇게 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은 사랑하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함은 생명을 주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