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정년을 2년 남겨둔 34년차 경찰공무원입니다.
제가 이렇게 뇌졸중 투병수기를 쓰게 된 것은 뇌졸중이 처음 발병하고 갑자기 반신마비가 되었을 때, 뇌졸중에 관한 아무런 정보나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도대체 이게 어떤 병이지?”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하며 두려움과 막막했던 때가 생각나 뇌졸중으로 투병하시는 환우들에게 저의 경험담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 수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직업이 경찰관입니다. 경찰업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밤샘근무이거나 연휴근무 등 피로가 누적되기 쉬운 일이 많습니다.
발병 당시, 저는 밤샘근무를 하는 부서는 아니지만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10시경이 되어야 퇴근할 수 있는 그런 격무부서에 근무하고 있었으며 주말에도 하루는 출근할 수밖에 없는 부서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밤을 새우거나 연휴근무를 하여도 적당히 휴식을 갖고 나면 피로가 쉽게 풀렸으나 나이가 50대 중반을 들어서면서 한 번 누적된 피로는 쉽사리 풀리지 않았습니다. 또한 혈압도 40대가 시작되면서 해마다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으나 병원 가는 걸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뇌경색이 발병하던 날, 그날도 아침부터 컨디션이 영 좋지 않아서 저는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서 낮잠을 한숨 잤습니다.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도 몸은 여전히 찌푸둥하여 정신도 차릴 겸 세수를 한 다음, 옆 사무실로 가서 동료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참 대화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머릿속에서 아찔한 느낌이 들더니 좌측에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심상치 않다고 생각하고 급히 119구급차를 타고 20분 거리에 있는 안양 모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여 의사선생님들로부터 진료를 받았습니다. 의사선생님으로 부터다리를 들어 보이거나 주먹을 쥐었다 피는 등 테스트를 받았으나 별다른 증상 더 이상 없었습니다.
특별한 증상이 없자 “어! 이거 내가 잠시 착각을 하여 힘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간호사의 말이 제가 중환자실로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영문도 모른 체 하루 밤을 중환자실에서 지내게 되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증상이 바로 뇌졸중 전조증상이라고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였습니다.
생전 처음 병원에 입원하여 중환자실에 혼자 있으려니 여간 답답한게 아니였습니다. 다행히 의사선생님의 조치로 다음날 일반병실로 올라올 수 있어서 그렇게 1주일을 입원해 있었습니다.
1주일을 입원해 있어도 더 이상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앉자 저는 의사선생님의 허락을 받고 퇴원을 하였습니다.
병원에서 퇴원한 다음날, 저는 출근하지 않고 있었기에 작은방에서 인터넷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컴퓨터가 있던 작은방은 난방이 되어 있지 않았으나 크게 춥지는 않았습니다.
한참 컴퓨터에 열중하고 있는데 갑자기 머릿속에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상한 느낌이 들면서 갑자기 입속이 마르고 어지럽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상하다 싶어서 침대에 좀 누우려는데, 몸 왼쪽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급히 집사람에게 연락하여 119구급차를 불러서 퇴원했던 어제 그 병원으로 다시 갔습니다.
응급실에 도착하여, 의사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전과 같이 테스트하였으나 전 과는 달리 왼쪽 팔.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제 의지대로 움직이던 몸이 갑자기 말을 듣지 않게 되자 저는 몹시 당황하였습니다. 의사선생님의 처방에 따라 씹어서 먹는 약도 먹고 링거주사를 맞고 서너 시간이 지나니 신기하게도 좌측 팔다리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 숨을 쉬고 있는데 또, 중환자실로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처음 입원하였을 때, 힘들었던 기억이 되살아나서 마비된 몸보다 중환자실에서 있을 걱정을 더 하면서 그렇게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었고 이틀 밤을 중환자실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마비되었던 팔도 다리도 정상적으로 돌아 왔습니다.
이틀 밤을 중환자실에 보내고 일반병실로 올라오고 나니 갑자기 어지럼증이 심하게 나타났습니다. 마비되었던 몸은 정상적으로 돌아와서 행동 하는데 지장이 없는데 갑자기 나타난 어지러운 증상으로 걷지도 잘 못하여 링거지주 대를 잡고 화장실을 다녀야 했습니다.
이 어지러운 증상은 1주일쯤 지나니 점점 좋아져서 그 후로는 큰 어려움 없이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발병으로 입원생활한지 20여일 쯤 지났을까?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잘 안 되는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입원생활이 길어져 그런가? 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내던 중. 하루는 입맛이 너무 없기에 집사람을 불러서 입원하고 처음으로 병원 밖으로 나가 점심을 사먹었습니다.
그날따라 바람이 불고 빗방울도 떨어지는 굿은 날씨였으나 아침부터 칼국수가 먹고 싶었기에 잠깐 나갔다올 요량으로서 병원의 허락도 받지 않았습니다.
점심을 먹고 들어오는데 간호사실에서 허락도 없이 나갔다고 빨리 들어오라는 전화가 왔습니다. “병원비 떼어 먹을 까봐” 그러나 하는 언짢은 생각을 하면서 병원으로 돌아 왔습니다.
병원에 돌아와서 얼마 되지 않아 집사람은 집으로 가고, 저는 낮잠을 한숨 잤습니다. 잠에서 깨어보니 저녁시간이 다 되어 침대에서 일어나려는데 또, 머리가 어질어질하기 시작 하였습니다.
급히 의사선생님과 간호사를 부르고 기다리는데, 어지러운 증상은 점점 심해지고 서서히 몸에서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의사선생님 오시는 시간이 그처럼 길게 느껴진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한 참 만에 달려오신 의사선생님은 나의 기대와는 달리 지난번처럼 응급조치를 취해주시지 않았습니다. “빨리 응급조치 좀 취해 달라”고 애원하는 나를 지켜만 볼 뿐 “더 이상 조치를 취할 방법이 없다”며 조치를 취해주시지 않았습니다.
의식은 몽롱해져가고 팔. 다리는 점점 힘을 잃어 가는데, 방법이 없다니... 저는 당시. 그 의사선생님이 얼마나 원망스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원망과 한숨으로 밤을 꼬박 지새웠습니다.
그 의사선생님에 대한 오해는 나중에 풀어 졌습니다. 혈전용해제를 투약한 환자는 1개월 내에 또다시 투약하면 뇌출혈의 위험성이 많기 때문에 섣불리 사용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기에 그 당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왼쪽 팔. 다리는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었으나, 다행히 인지상태는 정상이고, 감각도 정상이기에 재활을 빨리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의사선생님이 건네준 뇌졸중 관련 책자를 읽어 보니 3개월 안에 뇌신경이 가장 많이 회복이 된다고 되어 있기에 저는 급성기 1주일이 지나고부터 몸을 움직였습니다.
재활센터에 들어가기 전부터 보행보조기를 이용하여 걷는 연습도 수시로 하였고, 손이 오므리거나 펴는 연습은 팥알을 넣은 주머니를 만들어서 손가락 움직이는 연습을 하였습니다.
어눌하고 굴러가는 말소리를 교정하기 위해서 발음이 어려운 외국사람 이름이 들어 있는 가톨릭성인 호칭 기도서를 소리 내어 매일 읽기도 하였습니다.
재활센터에서는 “계단 오르기” “경사도 바로서기” “ 바 잡고걷기” 등 운동치료를 하였고 “종이컵 들어 옮겨쌓기” 못주어 판에 심기“ ”오락기에서 축구하기“ 등 매일 종목을 바꿔가며 작업치료를 하였습니다. 제가 재활센터에서나 입원병동에서 항상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자 주변의 환자나 보호자들이 금방 걸어 다닐 수 있을 것이라며 감탄을 하였습니다.
재활운동을 조기에 한 덕분인지 입원한지 100일 만에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완전한 몸 상태는 아니지만 지팡이는 짚지 않았습니다. 지팡이를 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몰라도 가급적이면 지팡이를 짚지 않고 걷는 것이 재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퇴원 후, 3개월 만에 직장에 복귀하기 전까지 집 부근 초등학교 운동장이나 경사진 도로로 나가서 매일 걸었습니다. 한 여름이라 햇빛이 뜨거우면 해가진 저녁 무렵에 나가서 반드시 1-2시간씩 운동을 하였습니다.
지금은 직장에 복귀하여 출. 퇴근하는 부서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경찰업무 특성상 야간근무를 해야 하는 부서가 대부분이나 상사나 동료들의 배려로 주간에 근무하는 곳으로 발령 받아서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지금도 매일 1시간 이상 걷기 운동은 꾸준히 합니다.
우리가 겪는 뇌졸중은 원인도 가지각색이고, 그 후유증도 정말 다양 합니다. 정보가 없는 환자들이나 보호자들은 어느 누가 무엇이 좋다고 하면 막연한 기대감으로 돈을 들이고, 시간을 들이며 낭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제가 투병생활을 하면서 체험한 바로는 혈압과 당뇨 등을 철저히 관리하면서, 열심히 운동하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말씀 드리고, 이 투병기를 맺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