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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인터뷰] 15년 전 일본도 겪은 ‘응급실 뺑뺑이’…“젊은 의사들 일하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 관리자
  • 2023-11-21
  • 조회수 : 349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
17일 부산서 제 11회 한일뇌졸중학회
“의대 증원 필요 불구, 시스템 바꿔야 문제 해결”
“뇌졸중 치료 가능한 질환, 고령화 준비해야”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을 17일 제11차 한일 뇌졸중 공동 컨퍼런스(JKJSC)가 열린 부산에서 인터뷰했다./대한뇌졸중학회 제공

 

 

 

 

지난 2008년 일본 도쿄에서 임산부가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심한 두통의 만삭 임산부를 실은 구급차는 대형 병원에 문을 두드렸지만, 환자를 받겠다는 곳이 없었다. 이 임산부는 한 시간 동안 7곳의 병원을 전전한 끝에 8번째 병원에 도착해 응급 제왕절개로 출산했다. 그런데 정작 환자는 뇌출혈로 3일 후 사망했다.

뇌출혈은 뇌혈관이 터져 발생하는 질환이다. 뇌혈관은 터지기 전에는 증상이 대개 없다. 생명을 위협하는 병이지만 어느 날 언제 생길지 알 수 없어서 더 무서운 병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불치병은 아니다. 신경과 전문의로부터 빠르게 적절한 처치를 받으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에 도착하는 환자의 10명 중 7명은 정상적인 삶이 가능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요즘 들어 급성 신경계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않아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 아산병원 간호사가 새벽에 뇌출혈로 쓰러졌다가,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병원에는 신경외과 의사가 2명 있었는데, 그 당시 한 명은 해외 학회 다른 한 명은 지방에 있었다고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대한민국 필수 의료가 무너졌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정부는 필수 의료 대책 마련에 나섰고, 필수 의료에 종사할 의사를 늘리겠다는 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기만 하면 응급실 뺑뺑이를 없앨 수 있을까.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인 배희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의대 입학 정원만 늘린다고 필수 의료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의예과 학생들이 필수 의료를 선택할 수 있는 설득이 병행되어야 한다”며 “지금도 의사가 있지만, 필수 의료를 전공하려는 젊은 의사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필수의료 과목의 진료 수가를 인상하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봤다. 신경과 수가를 올리면,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신경과 전문의 채용을 늘릴 것이고, 그러면 전국의 의사를 수도권 병원이 빨아들여 지방엔 의료 공백이 생긴다. 배 교수는 “권역별 네트워크를 촘촘히 짜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5개 병원에 신경과 전문의를 한 명씩 둘 게 아니라, 거점 병원 한 곳에 5명의 교수가 순환으로 근무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5명이 돌아가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당직 근무를 할 수 있다.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배 이사장은 “일본에서는 섬에 있는 응급환자를 실어 나르는 헬기를 수시로 띄운다”고 말했다. 섬에 근무할 의사를 뽑을 게 아니라, 응급환자를 빠르게 의사에게 데려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15년이 지난 요즘 도쿄에서는 ‘응급실 뺑뺑이’는 보기 어렵다고 한다. 배 이사장은 “일본에서는 응급 환자가 신고하면 구급차는 10분 안에 도착, 병원에는 40~50분 만에 도착한다”라며 “급성기 환자 시스템을 개편해 구급대원과 의료진이 소통해 환자 중등도를 분류하고 분류에 따라 이동하는 체계를 마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 이사장을 17일 제11차 한일 뇌졸중 공동 컨퍼런스(JKJSC)가 열린 부산에서 만났다. 서울대 의대에서 신경과를 전공한 배 이사장은 고려대 의대에서 예방의학 박사를 취득했고,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뇌졸중센터 교수, 경기권역 심뇌혈관센터 센터장을 거쳐 지난해 3월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을 17일 제11차 한일 뇌졸중 공동 컨퍼런스(JKJSC)가 열린 부산에서 인터뷰했다./대한뇌졸중학회 제공

 

 

- 뇌졸중을 고령사회에 시한폭탄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가 있나.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900만 명을 넘었다.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5명 중 1명에 이르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다. 뇌출혈은 인구 10만 명당 발생 빈도가 70대 이상이 30대보다 34배 높다. 뇌졸중 환자의 85%가 60세 이상 고령자인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우리 사회는 뇌졸중 및 각종 신경계 퇴행성 질환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오는 2025년에는 한 해 20~22만 명의 뇌졸중 환자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치료할 의사가 늘어나야 하는데, 전공을 하지 않는다.”

- 의사들이 신경과를 전공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

“의예과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면, 신경과에 관심 있는 학생이 절반을 넘는다. 그런데 전공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힘드니까. 이건 정부가 전공의가 필수 의료를 선택하도록 설득하는 정책에서 실패한 것이다. "

-그래서 정부가 필수 의료 해법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건 해법이 될 수 없나.

“의대 입학 정원 확대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의대 입학 정원을 증원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해당 분야로 새로운 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세심한 제도적인 보완을 해야 한다. 의대생이 많아져도 필수 의료를 선택하는 의사가 없으면 헛방 아닌가. 지금도 전공의를 하지 않고 일반의(GP)로 개원하는 의사들이 많다.”

-그런데 왜 갑자기 전공의인가. 신경계 응급 환자를 보는 것은 숙련된 전문의가 할 일 아닌가.

“우리가 필수 의료를 얘기할 때 전공의가 부족해서 문제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 이유는 전공의들은 수련병원 당직 체계에서 응급질환 치료의 선봉에 있기 때문이다. 응급 환자를 24시간 보기 위해, 병원은 당직 밤샘 근무, 병원 외 야간 대기(온콜)라는 제도가 있다. 전공의가 없으면 전문의들이 당직 근무와 온콜을 다 서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전문의에게 업무가 가중되고, 전공의들은 ‘(신경과 전공은) 힘들다’라는 인식을 갖게 돼 전공을 지원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러니 각 병원에 충분히 전공의를 확보해 당직 체계가 돌아가게 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어야 한다.”

-전문의들이 당직을 좀 더 서면 되는 것 아닌가.

“요즘 젊은 의사들은 결혼하고도 자녀를 하나 이상 낳지 않는다고 한다. 의사라고 하면 직업의 안정성이 최상인 직업인데, 아이를 낳지 않는다. 왜 그렇다고 보시나. 일주일에 온콜(응급) 당직을 두 번 이상 하면 아이를 돌볼 수가 없다. 의사들이 아이를 둘 이상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적어도 필수 의료분야에 대해서는 젊은 의사들이 해당 분야를 지원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다시 돌아가서, 어떤 체계가 필요한가.

“한 병원에 전공의가 2명만 되어도 당직 체계를 만들 수 있다. 이 당직 체계만 잘 구축되어도 젊은 전문의 교수들이 지쳐서 그만두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까 전문의는 왜 당직을 서면 안 되냐고 물었는데, 혼자 당직을 서는 건 참 힘든 일이다. 신경과에서는 ‘전문의 당직은 가르치는 재미로 한다’는 말이 있다. 함께 일을 하면 재미있고 보람이 있다. 그런데 혼자서 야간 당직을 서면 ‘현타(현실 자각 시간)’가 오게 된다. 본질은 사실 그렇게 복잡한 게 아니다.”

-지방의 의료 공백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인구가 적은 지방에 갈 만한 병원이 없다.

“인구가 많은 곳에 병원이 집중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이런 문제는 우리만의 일이 아니다. 국토가 넓은 미국 캐나다 호주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인구가 적은 곳에 무작정 큰 병원을 세우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뇌졸중센터 하나 만드는 데 300억 원 가까이 필요하다. 의료진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도 연간 50억 원이 넘는다. 그리고 환자와 가족도 더 큰 병원으로 가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어떤 대안이 있나.

“촘촘한 권역별 치료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병원 5곳에 신경과 전문의를 한 명씩 나눠서 둘 것이 아니라, 아예 거점 병원 한 곳에 신경과 전문의 5명을 두고, 서로 당직을 서면서, 24시간 운영할 수 있게 만들자는 것이다. 여기에 원격 의료체계와 인공인지(AI)를 활용하면 전국을 커버하는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다.”

-해외 사례는 어떤가. 일본은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없었나.

“일본도 만삭의 임산부가 진료하겠다는 병원을 찾지 못해 사망해 문제가 된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그 후 일본에서 이러한 응급실 뺑뺑이를 막고자 여러 대책을 만들었고, 지금은 환자가 신고하고 구급차는 10분 안에 도착, 병원에는 40-50분 만에 도착한다. 구급대원과 의료진이 소통해 환자 중등도를 분류하고 중증 환자를 치료가 가능한 권역 센터급 병원으로 이송하는 식이다. 일본은 지방자치제가 잘 구축돼 있어서 산간벽지의 응급환자를 지자체 헬기로 응급 이송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한다. 응급환자 문제가 지자체의 책임이기 때문에 좀 더 유기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

-한국은 그런 시스템이 없나.

“우리도 중증도 분류 시스템이 있고 권역 및 지역응급센터가 있지만 필수 중증질환을 빨리 진단하고 상황에 알맞은 최종 치료기관과 연계하는 시스템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필수인력을 포함한 치료 자원을 적절히 배치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환자와 효율적으로 연계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나저나 왜 뇌졸중을 연구하시게 됐는지 궁금하다.

“뇌졸중은 치료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질환이다. 심근경색, 뇌졸중 등 치료에 쓰이는 혈전 용해제 ‘tPA(alteplase)’가 지난 1997년 개발됐다. tPA는 DNA 재조합 기술로 만든 단백질 분해 효소인데, tPA 개발되면서 뇌졸중은 치료 가능한 질환이 됐다. 그 전까지만 해도 뇌졸중으로 쓰러진 사람은 치료할 방법이 없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환자 10명 중 절반도 구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제는 10명 중 7명이 치료를 받으면 정상생활을 할 수 있다. 내 목표는 이를 8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을 살리고 있는데, 더 끌어올려야 하나.

“80%는 체계만 갖추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다.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인데, 진료할 의사가 없어서 환자를 잃어서는 안되지 않겠나. 한국은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사회에 고령화가 진행된다는 것은, 뇌가 안 좋아진 사람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나이 들어 어지럽거나 머리가 아픈 환자가 찾아 갈 의사가 늘어야 한다. 더욱이 다른 과와 달리 신경과는 CTMRI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그러니 이런 필수 의료 의사 부족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줘야 한다. 젊은 교수들이 두 번째 자녀를 낳을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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